난청이명이야기
흔히 은행원들은 동시에 서 너가지 일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자로 호평을
받는다.
손님을 응대하면서 컴퓨터로 업무를 보고 돈을 세고 전화통화도 한다.
얼핏보면 이 모든 일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대단한 사람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런데 실상은 보통사람보다 스위칭 능력이 좀 더 발달했을뿐이다.
보통사람들은 한가지 일을 처리하기에도 급급한데 이들은 오랜 경험과 반복된 훈련으로 여러가지 일을 단숨에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 것이다.
그러나 면밀히 살펴보면 여러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것이 아니라 한가지 일을 하다가 잠시 멈추고 다음 일을 하는 것이고, 또 멈추고 다른 일을 하는 것이다.
워낙 빠른 순간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마치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실험에 의하면 껌을 씹으면서 영어 단어를 외우게 할때 무의식 중에 씹는 것 같지만 20% 정도 집중력과 암기력이 감소한다고 한다.
단순히 반복적으로 씹는 행위인데도 불구하고 20%의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난청환자들에게 가장 어려운 것은 사람이 많이 모인 다중시설에서의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다.
왜 단둘이 조용한 곳에서는 대화가 가능한데 여러명이 모인 식당이나 야외에 나가면 말소리를 알아듣기 어렵냐는 것이다.
그럴때마다 필자는 이런 질문을 한다.
"청력이 정상인 사람들은 시끄러운 식당이나 전철안에서도 아무 불편없이 대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하시느냐"고 묻는다.
그러면 거의 100%의 난청인들이 "그렇다"고 대답한다.
난청이 있기 때문에 그리고 보청기가 나한테 잘 안맞기 때문에 나만 그렇게 살고 있다고 착각한다.
바로 이 멀티태스킹의 한계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소리 듣기 중 "and"가 하나 추가될때마다 얼마나 의사소통에 방해가 되는지 여러가지 소리를 계속 들려주며 실험해드리면 아주 조금은 이해하려고 한다.
반대로 여러 소리 중 한가지씩 없애 나가면 점점 말이 잘 들린다고 대답한다.
마치 산수에서도 덧셈문제에 나눗셈과 곱셈이 추가되면 머리가 복잡해지고 곧바로 풀기 어려운것과 같은 이치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도 능력에 한계가 있기 마련인데, 더군다나 청신경이 과다 손상된 난청환자나 노화로 인한 난청인의 경우 멀티태스킹능력이 현저하게 저하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지능이나 기억력, 인지능력 등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보청기를 착용하더라도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자료제공: 방희일 원장(난청전문의학박사/ 안산연세난청센터 원장)
031-413-6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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