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청기 및 이명 재활 후기
내용
평소 건강하셔서 병원을 다녀본 적이 없던 엄마가
몇 년전 갑자기 귀가 안들린다고 하더니
사람이 급격하게 변해버렸습니다
갑자기 욕을 퍼붓고 폭력을 휘두르고
갑자기 또 앉아서 한숨만 푹 쉬시다가 엉엉 울고
종 잡을 수 없을 정도로 감정 기복이 심해서 같이 사는 가족들이
모두 비상사태 속에서 시달려 왔습니다
도저히 견디기 어려워 강제로 정신과에 데리고 가서 약도 타다 먹고
상담도 했지만 잠깐 좋아지는 듯 했지만
큰 차도가 없었습니다.
중간 중간에 난청검사와 보청기 얘기도 꺼내보았지만
완강하게 거부하고 이대로 살다가 죽겠다고 매일 소리를 질러서
무서워서 말도 못꺼내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이모가 집에 찾아오셔서
왜 이렇게 사냐며 당장 귀검사 해보고 보청기라도 끼고 살라고 설득해서
인터넷을 찾다가 연세난청센터를 발견하고 방문하게 되었는데
원장님께서 엄마의 마음을 잘 읽어주고 고민을 들어주고
눈높이를 맞춰 상담을 하니 엄마가 마음을 열고 보청기를 한번 해보겠다고 하여
얼마나 기쁘던지 이모와 저는 집에 와서 펑펑 울었습니다
드디어 1주일 후 보청기를 처음 접했을 때 우울증이 심한 엄마의 반응은 매우 부정적이었고
저희도 과연 저걸 계속 착용할 수 있을까 걱정이 태산같았습니다
그런데 대단하게도 심각한 상태의 엄마를 박사님은 침착하게 잘 설득하시면서 용기를 심어주고
이제부터는 다 잊고 기쁘고 행복하게 살아가라고 덕담까지 해주셨지요
그 순간 엄마의 눈빛이 확연하게 달라진 것을 발견할 수 있었고
최근 몇년 동안 전혀 볼 수 없었던 옅은 미소를 띠며 상냥한 말투로 감사하다고 인사도 했을때
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보청기 착용후 1주쯤 지났을까 엄마의 폭력이나 폭언은 거의 사라졌고
텔레비젼을 담싸고 지내왔는데 드라마도 열심히 보고 깔깔대고 웃기도 하고
흘러 나오는 노래도 따라 부르고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더 놀라운 일은 최근 몇년간 가족들과 대화를 해본적이 없는데
얼마전 저녁을 먹으면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갑자기 미안하다며 눈물을 글썽여서 저도 끌어 안고 같이 실컷 울었습니다
실컷 울고 나니 서로의 마음이 풀려서
엄마도 속이 후련하다고 하고 저도 그동안 쌓였던 응어리들이 풀렸습니다.
그동안 귀가 안들리다보니 짜증이 밀려와 견딜수가 없었는대
먹고 사는게 어려워 보청기도 못하고 참고 지내다보니
화병과 우울증이 생긴것 같다고...
이제 귀가 잘들리니 속상한 마음도 우울한 마음도 싹 사라졌다고 고백하는데
제가 더 날아갈것 같이 기뻐서 또다시 껴안고 울었습니다.
왜 진작에 보청기를 못헤 드렸을까 후회스러워 엄마 미안해 엄마 미안해 만
반복했지요
한사람의 인생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고
붕괴 직전이던 가정이 이렇게 회생할 수 있다니 난청인에게 보청기는 기적의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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