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청이명이야기
원장님 마술 배우셨어요?? 난청이명재활 2021. 7. 7. 11:12 |
안 보이는 보청기가 있는 줄 몰랐어요 ㅠㅠ
무더운 여름날 30대 초반의 젊은 청년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마치 못 올 데라도 온 듯 조심스레 들어왔다.
귀가 안 들리는건 아니고 귀에서 이상한 소리가 좀 나서 와봤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들어보니 이명증으로 오랫동안 시달려왔고 밤에도 "삐"하는 요란한 이명 소리 때문에 잠을 잘 못 잘 정도라고 했다.
청력검사 결과를 살펴보니 고주파수대역의 음을 전혀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난청이 발견되었다.
그런데도 자신은 들리는 데는 이상이 없고 단지 귀에서 소리가 나는 게 문제라며 이명을 치료할 수 있느냐고만 물었다.
상담을 이어가다 보니 젊은 사람이라서 난청과 보청기 착용에 대한 핸디캡을 강하게 느끼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어느덧 이명에 대한 고통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귀가 안 들려서 불편하고 회사에서 차별 받는 불이익 그리고 친구들과의 만남의 어려움, 결혼에 대한 두려움 등 여러가지가 교차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사실은 진작부터 보청기를 껴보려고 했었는데 용기가 나지 않아 지금까지 버텨왔노라고 했다.
그 청년의 속마음을 읽고 젊은층에게 권장할만한 전혀 노출되지 않는 초소형고막형 보청기가 있다고 소개했다.
그리고 직접 착용 시연을 하자 청년은 웃으면서 "원장님, 마술 배우셨어요" 라고 했다.
처음엔 무슨 뜻인지 몰랐는데 알고 보니 손에 들고 있던 보청기를 보여만주고 실제로는 귀속에 넣지 않고 마술처럼 몰래 빼돌렸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다시 자세히 보라고 한 후 몇 번을 반복해서 천천히 시연해주자 신기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이 정도로 전혀 안 보이는 줄 알았으면 진작 보청기를 할걸 그랬다" 면서
대뜸 "왜 진작 이렇게 작고 안 보이는 보청기가 있다고 홍보하지 않았느냐" 며 화를 냈다. 너무나도 당혹스런 순간이었다.
홍보를 안 한 것이 아닌데... 벌써 10년도 넘었는데... 아직도 모르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니 더 당황스럽고 미안해졌다.
어쨌든 젊은 청년은 노출되지 않는 보청기 덕분에 더 이상 이명증에 시달리지 않게 되었고 직장생활도 잘하고 여친도 만나 결혼을 앞두고 있다.
구하는 자가 찾을 수 있고 두드려야 열리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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