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청이명이야기
난청 방치하면 불과 5개월 만에도 말문이 막힌다?
얼마 전 두 딸이 심각한 얼굴로 60대 후반의 엄마를 모시고 센터를 방문하셨다.
어머니가 전라남도 진도에서 홀로 살고 계신데 갑자기 말수가 줄어들더니 아예 말씀을 안 하신다며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했다.
딸들에게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대략 5개월 전까지는 난청 때문에 보청기를 끼고 계셨었는데 고장이 난 후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귀가 안 들리는 채로 살아오신 것 같다고 했다.
어머니께서 보청기가 고장나서 안 끼고 있는 사실을 몰래 숨기고 있었는데, 딸들이 고향집에 방문했다가 어머니께서 알아듣지도 못하고 말을 전혀 안 하셔서 이상해서 서둘러 모시고 왔다고 했다.
귀가 안 들리는 채로 오래 지속되면 말수가 점점 줄어들다가 아예 입을 닫아버리는 난청인들이 매우 많다고 설명드리자 딸들은 "설마 그럴 수가 있느냐"라며 아닐 거라고 했다.
며칠 후 어머니의 난청정도에 적합한 보청기를 처방하여 착용해드렸는데 처음에는 소리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불러도 대답하거나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10분 정도 지났을까 점점 딸들이 대화하는 내용을 알아듣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눈물을 글썽이며 딸들에게 아주 작은 소리로 "고맙다"는 외마디 인사를 건넸다.
딸들이 어머니의 눈물을 보고 깜짝 놀라 물었다.
"엄마 내 목소리 들려? 들리면 대답해봐".
"응. 들려".
그러자 얼싸안고 "우리 엄마가 다시 말을 한다"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이처럼 난청정도가 심한 상태로 방치하거나 주변에 대화 상대가 없어질 경우, 불과 몇 개월 만에 의사소통에 대한 필요성과 방법을 잃어버리게 되고, 막상 대화가 필요한 상황이더라도 전혀 관심을 갖지 않고 대화를 피하게 된다.
그래서 주변 가족이나 지인들은 그분이 치매나 정신질환이 있는 건 아닌지, 충격으로 실어증이라도 생긴 건지, 불만이 많아서인지 여러 가지 생각에 혼란스러워지게 된다.
특히 난청인 채로 홀로 거주하는 독거노인들의 경우 안 듣고 말을 안 하는 것에 익숙해져서 정작 본인은 전혀 불편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
이런 경우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만 오히려 더 답답해하고 불편을 느끼게 된다.
말을 못 하거나 못 알아듣는다면 아무리 친한 친구나 가족이라도 그 관계는 자연히 멀어지고 악화될 수밖에 없다.
거대한 바벨탑이 무너진 것도 결국 의사소통이 안되었기 때문이다.
자료제공 : 방희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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