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써야 뇌 건강해진다?
얼마전 60대 후반의 젊은 할머니?가 딸과 함께 찾아왔다.
"엄마가 귀가 잘 안들려서 그런지 언제부턴가 집에만 있고 통 밖에 나가질 않는다" 며 크게 걱정을 했다.
게다가 집에서도 혼자 방에만 있고 좋아하던 TV 연속극도 안보고 우두커니 앉아있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더 큰 문제는 누구하고도 말을 길게 하지 않고 단답형으로 하고 표정이 어두워
무섭게 보일 정도라고 했다.
어쩌다 뭘 물어보면 엉뚱한 소리나 하고 어떨땐 무조건 모른다며 대답을 회피해서 답답해서 모시고 왔다고 했다.
이러다 우울증이나 치매로 고생하다 돌아가실까봐 너무 걱정된다며 무슨 방법이 없겠느냐고 했다.
청력검사결과 고도난청으로 보청기를 착용하지 않고서는 일상대화가 전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다행히도 보청기를 착용하고 약 2주간 지속적인 가족들의 관심과 재활을 통해
표정이 밝아지고 거의 정상적인 의사소통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이처럼 홀로 지내며 귀가 잘 안들리는 난청이 유발되면 귀를 통해 뇌로 정보가
전달되지 못해 뇌를 사용할 기회가 적어지기 때문에 치매나 인지장애가 유발
될 수 있고, 사람들과 의사소통이나 대인관계에 관심이 줄어들게 된다.
머리를 쓰면 쓸수록 좋아진다는 말은 예전부터 많이 들어 알고 있으면서도 막상 생활에서는 실천하지 않는 것 같다.
한편 신문·잡지 읽기, 편지 쓰기, 게임, 놀이 같은 머리를 쓰는 행위가 노인들의 뇌 건강을 보전하는 데 상당한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미국 러시 대학 메디컬센터와 시카고 공대 연구팀이 노인 152명(평균연령 81세)을 대상으로 지난 1년 동안 머리 쓰는 일을 얼마나 자주 했는지를 조사하고 특수 자기공명영상(MRI)인 확산텐서영상(DTI)을 통해 뇌의 백질(white matter) 구조를 관찰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
머리 쓰는 빈도가 높은 노인일수록 노화에 의해 낮아지는 백질 조직의 이방성 확산(異方性 擴散: diffusion anisotropy) 수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팀을 이끈 러시 대학의 콘스탄티노스 아르파나키스(Konstantinos Arfanakis) 박사가 밝혔다.
이는 머리를 쓰는 인지활동의 빈도와 백질의 이방성 확산 수치 사이에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방성 확산 수치가 높다는 것은 뇌 전체에 정보를 전달하는 신경섬유로 구성된 백질의 미세구조가 온전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아르파나키스 박사는 설명했다.
이방성 확산 수치는 30세 부근에서 서서히 낮아지기 시작하는 게 보통이다.
뇌는 겉 부분인 피질(皮質)과 속 부분인 수질(髓質)로 이루어져 있다. 회색을
띠고 있어 회색질이라 불리는 피질은 신경세포체로 구성되어 있고 하얀색이라서 백질(white matter)이라고 불리는 수질에는 뇌 전체의 신경세포를 서로 연결하는 신경섬유망이 깔려 있다.
무엇보다도 뇌를 건강하게 유지하고 발달시키려면 근본적으로 귀와 눈등의 감각기관이 건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