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청이명이야기
50대의 영업용 택시 기사분이 오른쪽 눈주위가 시퍼렇게 멍든채
찾아와 "이젠 이 짓도 못해 먹겠다"며 하소연을 했다.
전부터 귀가 좀 덜 들리기는 했는데 요즘들어 부쩍 더 손님들과 시비가 생기고
어제는 급기야 올것이 오고 말았습니다.
새벽 1시 쯤 만취한 남자 손님이 타더니 "주안동" 그러더라구요.
그래서 "인천 주안동이지요". 그랬더니 "맞다"는 겁니다.
그래서 인천 주안으로 총알 같이 달렸죠.
막 고속도로를 빠져 나가는데 갑자기 주먹이 확 날라오는거예요
눈에서 불이 번쩍하면서 통증이 와서 핸들을 잠깐 놓쳤는데 마침 대형트럭이
쌩하고 지나가는거예요. 순간 등골이 오싹하고 정말 죽는 줄 알았어요.
갓길에 차를 세우고 이게 무슨 짓이냐. 죽고 싶어 환장했느냐고 항의하자
대뜸 한다는 말이 그것도 반말로 " 야 여기가 어디야, 왜 이리 멀리 왔어,
그러더니 다시 주먹을 날려 두번째는 정통으로 맞아 얼마나 아팠는지
그자리에 주저 앉아 한참을 울었습니다.
도대체 이유나 들어보자, 왜 때리는 거냐고 하자
"너 돈 더 벌려고 여기까지 왔지? 술취한 놈들한테 이런 식으로 사기쳐먹고 사냐?"
그러더니 바로 112에 신고를 하는 거예요.
정작 억울하게 맞은 놈은 누군데 신고를 하는거냐고 항의해도 들은척도 안하고
계속 통화를 하더라구요
그래서 무슨 내용인가 자세히 들어보니 제가 글쎄 술취한 사람한테 폭리를 취하려고 "중앙동"을 가자고 했는데 인천으로 끌고 왔으니 당장 잡아가라는 거예요.
그래서 전화를 빼앗아 끊고 이건 오해라고 나는 분명히 주안동으로 들었고
인천 주안이지요? 그랬더니 맞다고 하지 않았냐고 따졌지만
막무가내로 "너 같은 놈은 콩 밥좀 먹어야 한다" 며 멱살을 잡고 흔들어
지나가는 사람들 앞에서 개 망신을 당했어요.
겨우 겨우 제가 귀가 잘 안들려서 실수한것 같다고 사과하고
다시 손님을 태우고 안산 중앙동에다 돈 한푼 못 받고 내려줬는데
내려주고 나서 한심한 생각에 눈물이 줄줄 흐르더군요
졸지에 쪼다되고 돈 잃고 시간버리고 이게 뭐하는 짓인지
앞으로 뭐해먹고 살아야 할지 가슴이 답답해지더라구요
사실은 제가 오른쪽 귀가 거의 안들리고 왼쪽은 조금 들리거든요
그러다보니 손님들이 오른쪽이나 뒤에 앉으면 발음이 정확히 안들려요
그래서 실수를 종종 하는데 운전중에 얻어 맞기까지하는 이런 대형사고는 처음이네요
택시 운전이라도 해서 먹고 살게 보청기라도 해주세요.
저 배운것도 없고 기술도 없어요.
애들은 커가고 정말 죽겠어요
안타까운 마음에 보청기는 가능한지 검사해보니 다행히 난청정도에 비해
보청기효과는 매우 높게 나타났다.
며칠 후 보청기를 착용한채 운전을 다녀오더니 "이렇게 좋은걸 왜 진작 안했는지
모르겠다"며 후회했다.
운전 중 뒤에서 말을해도 또렷하게 들리니 이젠 싸울 일도 운전 중 얻어 맞을
일도 없을 것 같네요.
"이젠 맞아죽지 않고 제명에 죽을 것 같네요" 하고는 웃으며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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